교통사고 상해위험 분석서, 단 3km/h 작은 차이가 만들어낸 2가지 현실! 가벼운 접촉사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살짝 흔들렸지만, 막상 내려서 확인해 보니 범퍼에 살짝 긁힌 자국만 남았습니다. 상대방과 보험사를 부르고 현장을 수습하며 ‘이만하길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경험, 운전자라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바로 다음 날, 혹은 이틀 뒤부터 시작되는 목과 허리의 뻐근한 통증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곤 하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치료를 시작하려던 찰나, 보험사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고객님의 사고는 상해를 입을 만한 사고가 아니라는 ‘교통사고 상해위험 분석서’ 결과가 나왔습니다.” 내 몸은 분명히 아픈데, 서류 한 장이 나의 고통을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이 기가 막힌 상황. 대체 이 교통사고 상해위험분석서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겉보기엔 멀쩡한데, 왜 치료를 막는가? 상해위험 분석서의 등장
최근 교통사고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교통사고 상해위험 분석서는 사실 RCAR이라는 국제적인 기준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RCAR(세계 자동차 보험 수리 기술 연구위원회)은 전 세계 자동차 보험 연구 기관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로, 이들은 경미한 사고에서의 탑승자 부상 여부를 판단하는 국제적인 권고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기준의 핵심은 과학적, 의학적, 역학적 관점에서 상해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인데요. 즉, 사고 당시 차량의 속도 변화량(ΔV)이나 평균 가속도(g)와 같은 물리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계량적으로 따지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매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교통사고 상해위험 분석서가 실제 사람이 느끼는 통증보다는 기계적으로 측정된 숫자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정말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숫자’가 ‘사람’을 이기는 현실, 상해위험 분석서의 냉정한 잣대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한 사고에서 피해 차량의 속도 변화량(ΔV)은 고작 2.8km/h, 평균 가속도는 0.4g에 불과했습니다. 대한의학회와 연세대 의과대학 등이 개발한 ‘자동차 경미 사고 부상자 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이 정도 수치는 실제 상해 가능성이 희박한 경미 사고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죠. 심지어 놀이동산에서 범퍼카를 탈 때 발생하는 속도 변화가 약 6.9km/h 수준이니, 이보다 낮은 수치의 사고에서 부상을 주장하는 것은 과하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통사고 상해위험 분석서의 냉정한 잣대가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마다 신체 조건이 다르고, 사고 당시의 자세나 긴장 상태에 따라 충격이 전달되는 방식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개별적 특성은 ‘평균적인 데이터’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내 몸이 보내는 고통의 신호가, 모니터에 떠오른 2.8km/h라는 숫자 하나에 묵살당하는 이 현실은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법적 분쟁의 새로운 불씨, 상해위험 분석서와 보험사의 압박
최근 이러한 교통사고 상해위험 분석서를 근거로 보험사가 치료비 지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지급된 치료비를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말, 수도권에서 가벼운 후미 추돌 사고를 당한 40대 직장인 A씨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A씨는 사고 후 목과 어깨에 통증을 느껴 한의원에서 약 2주간 통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차량 수리비는 50만 원 남짓이었죠. 하지만 상대방 보험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즉 교통사고 상해위험 분석서의 일종인 ‘마디모 프로그램’ 결과를 근거로 A씨의 부상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A씨는 자신의 고통을 입증하기 위해 홀로 힘겨운 법적 싸움을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이처럼 과학적 분석이라는 명분 아래, 사고 피해자들은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상해위험 분석서에 대한 현명한 대처
그렇다면 보험사가 교통사고 상해위험 분석서를 내밀며 치료를 중단하라고 압박할 때,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 직후 아무리 경미해 보여도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의 진단을 받아두는 것입니다. 사고와 진단 사이의 시간이 짧을수록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유리하며, 의사의 소견서는 이 분석서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또한, 사고 당시의 충격이 어땠는지, 사고 이후 어떤 부위에 어떤 통증이 시작되었는지를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통사고 상해위험 분석서는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은 의사의 진단과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내려지기 때문입니다. 섣불리 보험사와 합의하거나 그들의 주장에 굴복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기술의 발전이 때로는 우리를 삭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의 고통을 몇 가지 데이터로 환원하고, 그 수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아프지 않은 것’으로 규정해 버리는 교통사고 상해위험 분석서의 현실이 바로 그 씁쓸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물론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막고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당한 치료를 받아야 할 선의의 피해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효율과 합리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결국 ‘사람’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무거운 질문을 던져봅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RCAR (세계 자동차 보험 수리 기술 연구위원회)
RCAR(Research Council for Automobile Repairs)은 전 세계의 주요 자동차 보험 관련 연구기관들이 모여 설립한 국제 협의체입니다. 이들은 자동차 사고 시의 수리 기술이나 비용,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룬 경미한 사고에서의 탑승자 상해 가능성 등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과 기준을 개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험사들이 제시하는 상해위험분석의 과학적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기관입니다.
ΔV (델타브이, 속도 변화량)
물리학에서 델타(Δ)는 ‘변화량’을 의미하는 기호입니다. 따라서 ΔV는 속도의 변화량을 뜻하며, 교통사고 분석에서는 ‘충돌 직전과 직후 차량의 속도가 얼마나 변했는가’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사용됩니다. 이 수치가 작을수록 차량과 탑승자가 받은 충격 에너지가 적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옵셋 비율 (Offset Ratio)
옵셋 충돌은 자동차의 전면부 일부만이 상대 차량이나 구조물과 충돌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옵셋 비율은 이때 차량 전면의 전체 폭 중에서 실제 충돌이 일어난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스몰 오버랩(Small Overlap)’은 전면의 약 25% 정도만 겹쳐 충돌하는, 가장 취약한 충돌 형태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비율에 따라 충격이 차체에 전달되는 방식과 탑승자의 상해 위험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될 만한 외부 사이트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 ‘파인(Fine)’: https://fine.fss.or.kr/